언젠간 나도 CTO가 되고 CEO가 되겠노라 패기롭던 IT 사회초년차에서
그렇게 벌써 15년 이상을 이바닥에서 굴러 먹었다.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어쩌다 나는 시니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고,
뭔가 헛도는 그런 굴레의 아쉬움은 젊은 때 동료들과 마셔댔던 소주가 지금은 한숨으로 지나고 있다.
나는 어떤 회사에서는 월급을 떼이기도 했고, 어떤 회사는 일주일만에 퇴사하기도 했다.
나는 연봉을 20%나 올려서 이직한적도 있고, 한 회사에서 20%이상 인상된 적도 있다.
나는 가보고 싶은 회사를 가봤고, 어쩔수 없이 가게된 회사도 있다.
나는 임원을 모셔보기도 했고, 부하직원과 함께 하기도 했다.
나는 솔루션 개발 업체, 웹, 보안, 게임, 모바일, SI, SM, 임베디드에서 일해봤다.
위와 같은 경험은 나에게 기준과 척도를 마련함에 있어 뼈대가 되었고
흐리멍텅한 눈매는 점점 또랑또랑해져 나름의 통찰력도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은 것이 없다.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와 사람과 회사를 겪었음에도.
나에게 남은것이라곤 이 블로그뿐이라... 짬나는대로 뭔가 있었던 일을 둘러치는 일을 해야겠다.
내 주위에 사람들이라곤 회고나 반성없이 앞만보고 달리는 경주마들 같다.
그런 현실을 비꼬는 잡설을 써보고자 한다. 내마음대로.
경직과 유연의 굴레
프로젝트 Kickoff를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가 모였다. 사람들은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은 서로 인사하느냐 바쁘고, 어떤 사람들은 다시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보통 이런 사람이 PMO나 QA내지는 감리다.)
스폰서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연간 프로젝트로 1년 동안에 2~3번의 Prototype을 빨리 만들어내고 고객과 소통을 통해 요구사항의 Gap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긴밀한 관계 유지하고 유기적인 체계로 운영하겠습니다."
이때, 한쪽 구석에서 점검에 점검을 하던 사람이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WBS 일정을 보니 Prototype을 뽑아내는 시간이 다소 촉박한 것 같은데 Prototype 주기를 줄이고, 요구사항과 시스템 분석에 조금더 신경쓰는 것이 어떨까요?"
스폰서가 경직된 표정으로 좌중을 훌터본다. 그러곤 다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한 목표 중에 하나는 적기 납품이고 또하나의 목표는 요구사항 부합입니다. 그간 커뮤니케이션 미스를 보니 문서나 회의체로 소통하는 것은 지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빠르게 Prototype을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잠시 정적을 이어지다가, 스폰서는 PM에게 묻는다.
"이 일정이 정말 불가능한 일정입니까? 지금 우리의 리소스라면 충분히 유연하게 대응한다면 오히려 당길 수 있지 않습니까?"
PM이 침을 삼키고 말을 꺼낸다.
"이미 설정된 WBS에서 Task의 효율을 올린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스폰서는 PM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간다.
"그럼 할 수 있는 것이네? 우리 조금더 애자일 스럽게 일합시다. 요즘 애자일 좋아하잖아요. 기민하게 움직인다면 못할 일이 아닌것 같으니 우리 조금 더 신경씁시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아무도 스폰서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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